2010 지산 락 페스티벌 회고 (1)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서는 '나는 내가 루저라고 생각해'이다. 일종의 '루저-되기'인데,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음악의 생산자 및 수요자가 사전적 의미에서의 루저, 즉 사회적 낙오자는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 바로 그 지점에서 장기하의 중얼거림과 칭얼거림의 경계는 한없이 좁아진다. 중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락 페스티벌에서 꼭 빠른 템포로만 노래 부르라는 법 있나요 어쩌구 저쩌구 칭얼거리는 멘트를 날리고, 숨이 턱까지 받쳐 헉헉거리며 돌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대변인. 하지만 정작 관객들은 '미미 안 나왔어? 미미 안 나와? 그 춤 안 춰?'라고 투덜거리고 있었으며, 그걸 짐작한 장기하도 '스페셜 게스트는 없습니다'라고 못을 박았지. 장기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모니터로 본 동영상 속의 그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것은 밥 딜런이 일렉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왔을 때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이런 음악'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게 '저런 음악'을 들려주는 것과 '이런 동영상'을 '직관'하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그냥 내 음악입니다'를 들려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일 수밖에 없다. 해상도도 다르고 화질도 다르고 음색도 다른 각자의 스크린을 머리 속에 넣고, 그 원본과 비교하여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관람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더워 죽을 것 같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덧글

  • 장기하는 2010/08/02 12:31 # 삭제 답글

    루저가 아니죠. 루저인척 하는 서울대 기득권 세력인데요.. 장기하의 루저인척..이 먹혀드는 이유가 바로 그의 출신성분에 있다고 봅니다. 강남 8학군,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 배부른 아이들의 1일 단식체험 그런 부류 같아서.. 장기하 노래 종종 따라는 불러도.. 이쁘지가 않아요.. 정말 365일 단식생활을 해야 하는 부류, 진짜 루저들도 많이 존재하는, 존재하게 될 사회잖아요..
  • curt 2010/08/02 14:28 # 삭제

    그렇게 출신성분을 말한다면야...시중에 나오는 모든 성공한 아티스트들의 모든 앨범은 모두 "배부른 부르조아들의 투덜거림"이겠군요. 커트 코베인도 대저택에서 루져의 음악을 하다가 자살했으니 별로 안좋아 하시겠네요;;;
  • 노정태 2010/08/03 17:09 #

    사실 붕가붕가 레코드가 아니라도 인디씬의 적지 않은 부분은 고학력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하는 서울대라는 딱지가 그의 마케팅에 (본인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겠으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지점에서의 문제가 되겠죠.
  • 약간 댓글이 2010/08/02 12:34 # 삭제 답글

    핀트가 안맞는데.. 아무튼 전 장기하 싫어요.. 장기하를 통해 시대에 대한, 좌절스런 계층에 대한 죄의식, 부채감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도 비겁해보여 싫구요.. 싫다는 얘기가 하고 싶었나 봅니다..-_-;
  • 노정태 2010/08/02 13:40 #

    뭐 저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장기하가 표상하는 정서도 그렇고, 음악 자체도 정말 제 취향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블로그를 통해 말해두는 거죠.
  • to curt 2010/08/02 17:57 # 삭제 답글

    네, 저는 커트 코베인 별로 안좋아하는데(몇몇 너바나 쏭은 좋아합니다만 역시 안 이쁘지요), 커트가 더 큰 위선자가 되기전에 자살했기에 비로소 레전드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인간적으로는, 그의 죽음이 아쉽고 슬프지만, 문화적 존재로서 커트 코베인의 자살은 논리적 귀결이었다고 봐요. 그가 타락한 배부른 돼지가 되어가는 걸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이 다 그렇고 사는게 다 그런거지.. 하기엔 제가 아직은 뇌가 멀쩡해서 말이지요.
  • 노정태 2010/08/03 17:11 #

    커트 코베인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고 생각하면, 말씀대로 좀 끔찍스럽기도 합니다. 과연 그가 어찌 되었을런지. 그래도 혹시 모르죠. 안정을 찾고 훌륭한 음악인으로 계속 남아있었을지도.
  • Zzz 2010/08/02 19:09 # 답글

    루저 마케팅의 정수인 듯해요. 그런데 노래가 좋으면 조금 좋아해줄 수 있겠는데, 일단 장기하는 노래가 구려서 싫어요. 좋은 음악이라기보다, 재밌는 음악 같아요.
  • 노정태 2010/08/03 17:11 #

    '좋은 음악'과 '재미있는 음악'의 구분은 꽤 흥미롭네요. 저는 딱히 재미있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말씀하시는 바에 대략 동의합니다.
  • 2010/08/03 12: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노정태 2010/08/03 17:11 #

    블로그를 보니 사흘이나 가셨군요. 캠핑까지. 대단하시네요.
  • wdd 2010/08/03 17:39 # 삭제 답글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서가 꼭 루저 정신이라고 할 수 만ㅇㄴ 없죠.
    마치 라디오헤드의 creep만 듣고 라디오헤드의 정서는 자기를 몬스터라 부르는 자기비하다라고 재단하는 거나 마찬가지...하여튼 장기하와 얼굴들에 대해선 그냥 키치적인 밴드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공연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현재 국내 록페스티벌에 이름을 올린 젊은 음악인들 중에
    장기화와 얼굴들처럼 달리지 않고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 수 있는 밴드는 몇 업을듯
  • 노정태 2010/08/03 20:21 #

    라디오헤드와의 비교는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헤드 1집이 전부 크립 같은 노래로 채워져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반면 지금까지 장기하가 낸 음반의 수록곡들은 다들 비슷하죠. 저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이 '호응'했다고 말하는 게 약간 의아한 표현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이 더 줄어든 것 같습니다.
  • wdd 2010/08/03 21:31 # 삭제 답글

    장기하 음반의 수록곡들에 루저정서가 있는 곡들이 얼마나 될까요?
    저와 노정태님의 루저에 대한 인식이 다른가 봅니다.

    그리고 저또한 당시 공연장에 있었는데 관객들이 호응했다는 표현이 의아한가요?
    도데체 어느정도로 호응을 해야된다는 건지..pet shop boys 공연만큼의 반응을 기대하신 건가요?
  • 노정태 2010/08/03 22:06 #

    대화가 잘 안 되는 것 같군요. 본문에서 저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반응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던 '그 댄스'의 주인공을 보고 환호했다는 내용을 썼습니다. 그건 일반적인 '호응'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지 못하신다면, 뭐 어쩔 수 없겠습니다.
  • wdd 2010/08/03 22:35 # 삭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노정태님은 독심술을 쓸 수 있으신가요?
    당시 관객들이 그자리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반응한건지 그들이 보고싶어하던 '그 댄스'의 주인공을 보고 반응한건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커뮤니티라던지 블로그,여타매체를 통해서는 장기하를 어떤 의미로 소비하는지 알 수 있겠지만...공연장에서는 그게 가능한가요?
  • 노정태 2010/08/03 23:04 #

    본문을 읽고 리플을 다세요. 현장에서 '미미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 제가 본 경우만 해도 너무 많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이 장기하의 공연에서 뭘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시비 걸지 말고 그냥 가세요. 슬슬 짜증이 납니다.
  • wdd 2010/08/03 23:21 # 삭제

    미미가 없으니까 미미 어디있냐고 말하는 거죠.
    그걸 가지고 이정도의 확대해석을 할 정도면 상상력이 대단하시네요.
    노정태씨가 어느 날 한 쪽 팔없이 나타나면 당연히 사람들이 " 한 쪽 팔은 어따 팔아먹고 왔냐?" 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 하여튼 짜증나신다면 저도 물러나겠습니다.
    답글 안다셔도 됩니다. 어차피 안 읽을 테니까요.
  • 노정태 2010/08/03 23:46 #

    제가 문제삼는 게 바로 그거죠. 미미시스터즈가 빠진 게 그렇게 도드라져 보이는 장기하의 '음악'적 위상. 사실 그들은 뭣도 아닌 백댄서일 뿐인데. 딱히 바람직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shha 2010/08/03 21:44 # 삭제 답글

    장기하 음악이 제 취향은 아니지만 음악자체가 구리다는 생각은 안들던데요.
    최고의 학벌을 가진 키크고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루저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인양 읊조리는 것에 대해서는 진정성의 측면에서 좀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지만요.

    좀 다른 이야기인데...저는 오히려 음악을 잘 안듣는 사람들이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으면서 음악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일부 가수들을 학벌빨이라고 깎아내리고 역차별 하는 경향이 좀 있다고 생각해요.
    루시드폴이라는 가수가 미선이라는 밴드를 할때부터 좋아했는데 그의 음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스위스에서 박사학위 논문상을 받았다는 기사 몇줄읽고 학벌덕에 과대평가 운운 하는걸 보고 어이가 없더군요.
  • 노정태 2010/08/03 22:07 #

    글쎄요. 제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납득시켜드려야 할지, 혹은 꼭 그래야만 하는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당연히 누군가가 단지 고학력자라고 해서 그의 음악적 성취가 폄하되면 안 되는 것인데, 저는 장기하의 음악 자체를 별로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 longfin 2010/08/05 16:53 # 답글

    사실 붕가붕가 레코드가 아니라도 인디씬의 적지 않은 부분은 고학력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하는 서울대라는 딱지가 그의 마케팅에 (본인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겠으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지점에서의 문제가 되겠죠.


    글쎄요. 제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납득시켜드려야 할지, 혹은 꼭 그래야만 하는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당연히 누군가가 단지 고학력자라고 해서 그의 음악적 성취가 폄하되면 안 되는 것인데, 저는 장기하의 음악 자체를 별로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윗글에서의 '이지점'은 어디쯤인지 모르겠네요.
  • 노정태 2010/08/05 19:12 #

    장기하의 '루저 되기'를 비판하는 지점에서죠. 한글은 떼신 것 같은데 한국어 문장 독해에는 익숙하지 않으신 것 같다는 인상을 제게 안겨주시네요.
  • longfin 2010/08/05 22:13 #

    이건 좀 대답할만 하셨나보네요. 안지우신걸 보니:)
  • 노정태 2010/08/06 02:52 #

    비아냥거린다고 해서 longfin님이 남기셨던 악플의 수준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 longfin 2010/08/05 22:30 # 답글

    애초에 전 윗분처럼 당신이 말하는 '루저 되기'라는 부분이 공감되진 않지만, 서울대생 장기하란 아티스트가 팔아먹는 이미지인 '루저 되기'라는게 음악적 성취가 아니면 인문학적 성췬가요?

    짜증나면 뭐 그냥 지우시구요. 뭐 남의 블로그와서 분탕질 치는데 그정도 낮짝도 없겠습니까.
  • 노정태 2010/08/06 02:57 #

    장기하의 음악이 뭐가 그렇게 새롭고 신선하다는 건지, 저는 전혀 이해도 공감도 안 갑니다. 그 어중간한 스타일을 1집 내내 지속해버리니까 금방 식상해지잖아요. 딱 언플용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 이런 평가를 현재로서 피할 방법이 있습니까? '루저 되기'가 음악적 성취라고 우기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단 여기서 말고, 님 블로그에서.
  • 2010/08/08 19:5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노정태 2010/08/09 02:43 #

    에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비교하시다니, 좀 너무하시네요. ㅎㅎ 아직 국내에서는 '지식인, 학생층'이 확고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자기비하가 유효하려면 사실 견고한 자기확신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님도 건강 유의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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