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게 좋아할만한 일일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관점에 따라 달라보이게 마련이지만, 특히 정치적인 일은 더욱 그렇다. 유시민과 김진표가 어떤 합의안을 내놓았고 그에 따라 여론조사 및 당원투표를 거쳐 단일화를 했다. 애초의 예상을 뒤엎고 유시민이 이겼다. 애초의 예상은 유시민의 지지자들 입장에서도 매우 비관적이었다. 내가 살펴본 바로는, 유시민의 승산이 5할 이상 된다고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극적인 승리 뒤에는 광적인 도취가 뒤따라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분위기는 그리 뜨겁지 않다.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잠잠한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심상정을 지지하는 사람이므로, 외부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게 과연 좋아해야 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당장의 지방선거가 아니라 2012년 대선을 바라본다면 그렇다. 상황은 비관적이다.

김진표가 애초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한 민주당의 당원표, 조직표, 여론조사에서의 인지도 등이 애초의 예상에 비해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김진표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일인가? 넓게 보자면 민주당을 구성하고 있는 이른바 '차기' 전체, 그리고 그들을 당연히 지지할 것이라고 지금까지 가정되어 왔던 '조직표'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의 패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건 친노와 구 민주당 계열은 꾸준히 유산 싸움을 벌일 것이다. 그게 있어야 대선을 준비할 수 있고, 이기지는 못해도 어떻게 어떻게 해볼 여지라도 생긴다. 문제는 그 유산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적거나 아예 적자에 가까운 그 무언가일 가능성이다.

유시민과 김진표의 단일화 과정을 보면서 내 머리 속에서는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떤 바람이 일어나서 대선 분위기가 확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노무현의 급부상이 당시에 그럭저럭 건재했던 민주당이라는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물론 유시민이 집어삼킨 개혁국민정당 같은 외곽 조직의 후원이 있었지만, 어쨌건 그는 민주당의 공식 대선후보였고 그 결과 가져갈 수 있었던 기본 표가 있었다. 지금의 민주당은 2012년의 후보에게 무엇을 보장해줄 수 있는가?

덧글

  • ghistory 2010/05/15 04:33 # 답글

    현재 민주당의 대중동원 기반이 무척 허약하다는 건 14년 전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일단 1987년~1997년에 김대중의 정당들은 정치집회들에 일정한 인원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혜택을 제공하여 불러모으는 경우들 말고도, 집회 개최 소식을 알리면 알아서 찾아오는 사람들)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지요. 가령 14년 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김영삼의 신한국당이 '야당의원 빼가기' 를 야금야금 해서 마침내' DJP 공조' 가 탄생하고 보라매공원에서 대중집회를 개최했는데(경찰은 2만명이라고 주장하고 주최측은 10만명이 넘는다고 주장), 당시 자유민주연합의 허약한 동원력을 감안한다면 참가자들 대다수는 새정치국민회의가 동원하였지요?

    그런데 집권 10년 이후에는? 한나라당이 아무리 법률안 강행처리를 해도 민주당 지도부가 겨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차량 투어' 를 하는 정도이지, 대중집회를 제대로 개최한 적이 없습니다. 열정과 기대감이 사라진 민주당 하부조직들은 그야말로 자동판매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들이 되어버렸지요.
  • 노정태 2010/05/15 13:44 #

    그나마 그 자판기에서 동전 넣고 버튼 누른 만큼 제대로 표가 나오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게 이번 경선 과정에서 드러나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집권 10년간 야성을 잃어서이기도 할테고, 지난 정권 당시 추진된 엉뚱한 '정당개혁'이 결국 민주당의 토대만을 허물어뜨렸다는 유물론적 현실 때문이기도 할텐데, 아무튼 암울하죠.
  • -_- 2010/05/15 14:18 # 삭제

    당시 집회는 DJP세력이 아니라 정말로 반군부독재 세력이었지요.
    3당야합 반대집회에 나간사람더러 너 선생님 조직이냐 하고 물었다면
    무척이나 실례가 되었을겁니다
  • ghistory 2010/05/15 18:46 #

    -_-/

    1. 김종필이 반군부독재세력입니까?

    2. 분명히 집회를 개최한다는 소식만 듣고도 알아서 찾아오는 자발적 지지자들이라고 써놓았는데, 읽은건지 안읽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운동이나 정당의 지지 '동원' 이 꼭 돈주고 불러모으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동원이라는 건 지지를 불러모으는 거라서, 돈 안줘도 호소에 의거하여 지지를 모으면 그것도 동원입니다. 돈으로 불러모으는 것도 동원의 한 양상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 ghistory 2010/05/15 18:58 #

    -_-/ 독해능력이 없는건지 아니면 글을 제대로 안읽은건지 의심스럽지만 추가 트집을 방지하려 귀하에게 첨언하자면:

    엄연히 김대중의 정당들이 선거집회나 여타 정치집회에 버스들 빌려서 사람들 불러모은 걸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것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운동권' 집회를 운운하면서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면 이성적 논의를 못합니다. 도대체 뭘 생각한 건지…
  • ghistory 2010/05/15 18:59 #

    -_-/ 1996년~1997년 DJP 공조 때 정치집회 대중동원은 사실인데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 ghistory 2010/05/15 19:03 # 답글

  • ghistory 2010/05/15 21:23 # 답글

    그리고 가령 이글루스에서만 살펴보아도, 유시민-이광재-한명숙-송영길 같은 노무현 부하들이 집권 당시에 저질러놓은, 도저히 옹호할래야 옹호할 수 없는 행적들이 너무나 많아서인지 노골적 옹호가 사실상 불가능해서 적극 나서는 이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김대중 집권 때까지는 속아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먹히지 않는다는 정도의 지능은 갖춘 것 같습니다.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의 이런 문제는 그들에게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줄 것입니다. 사실상 지역조직들이 호남 출신 토호들만의 이너서클로 변질한 민주당이나(이 이야기는 민주당 경선의 불가능성을 언급한『한겨레』에서 한 민주당 예비후보의 불평이었지요), 지역조직도 허약하고 인터넷에서만 왕인 국민참여당의 '열성' 인터넷-지역 활동가(그런 부류가 많이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들은 사실 금융자본주의와 토건자본주의의 강력한 이해관계자들입니다(서프라이즈의 반노동 정서나, 이글루스 노무현-유시민 추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주식투자 한다는 개인정보를 블로그에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현재의 정치적 상황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좌경화' 를 일정하게 강제-유도하고 있는데, 그게 이런 토호들과 자본주의 금융화의 열성적 지지자들의 이해관계를 침해하는 범위로 나아가게 되면, 그것은 그들 조직의 불화를 초래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은 어느 정도 물질적 기반의 구속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노정태 2010/05/16 04:26 #

    바로 그 점을 지적하면 '그럼 너희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풀 뜯고 살아가냐?'라는 식의 반박이 돌아오죠. 사람들이 먹고 사는 구조가 자신들과 똑같은 그것밖에 없고, 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입니다. 문제는 저 말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거죠. 추가적인 정책 연구와 레토릭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 ghistory 2010/05/16 04:57 # 답글

    그러고 보니 유시민은 진보시라면서 우파가 좋아하는 국민은 정당 만들 때마다 꼭 집어넣네요. '진보적 우파' 답습니다.
  • 노정태 2010/05/17 04:18 #

    그러게요. 그 점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ghistory 2010/05/16 05:18 # 답글

    개혁국민당→

    정식명칭은 개혁국민정당.
    약칭은 개혁당.
    적대자들이 사용했던 비칭은 '개국당'.

    작년 연말에 노정태씨가 했던 예측대로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의 행태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더군요. 이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주인장님의 분석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노정태 2010/05/17 04:19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 ㅇㅇ 2010/05/16 08:24 # 삭제 답글

    그래 달리보면 그만큼 약해졌으니 유시민같은 개후잡한테 진거지. 조직표, 토대가 건재하면 유시민같은 개새하고 왜 손을잡냐. 그리고 먼저 연대어쩌고 지랄한건 저쪽일건데 하고 나니 별볼일없는거 같아 뭐같냐? 그거보다 없어서 이빨만까던데가 누군데
  • 노정태 2010/05/17 04:20 #

    님들 걱정해줘도 왜 뭐라고 하나여... 어차피 2012년에 '단일화' 또 해서 대선 해야 할 사이 아님?
  • ㅇㅇ 2010/05/16 08:27 # 삭제 답글

    진짜 지고나서 이딴소리 할 줄 알았는데 유시민 닮았나 선거시작하자 바로 편가르고 깎아내리려고 발악을 하는구만.
  • 노정태 2010/05/17 04:20 #

    노노. 저는 여러분을 관음보살의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답니다.
  • 와우 2010/05/16 08:31 # 삭제 답글

    이러다 노회찬, 심상정이 이른바 결단해서 소위 민주연합 들어기라도 하면 ^^
    애네들 그땐 쉴드치느라고 정신없겠지.

    근데 더 큰 현실적 비극은 진보신당은 완주하면
    지지율 3%로 선거비 보전도 다 못 받을 기세. ^^

    이 마인드로 다음 총선, 다음 대선 치르고 나면 진보신당은 거널나.
    빚선거 3번인데. ㅋㅋ

    남 걱정하지 말고.
    니들 걱정해.

    좀 많이 불쌍해. 니들.
    대체 노회찬 & 심삼정 홈피 가봤냐. 벌써 평범한 사람들이 욕하기 시작했어. 개들이 다 민주당, 국참당 당원이고, 노빠, 유빠, 한빠여서 니들 욕한다고 생각하냐? 쯧쯧.

    민주당&국참당&민노당이 등신이긴 한데,
    민주당&국참당&민노당이 망하기 전에
    먼저 진보신당이 망할꺼야. ^^

    지네 집 불났는데, 남의 집 걱정하고 자빠졌네. 등신들 ㅋㅋ
  • 노정태 2010/05/17 04:22 #

    위아더 월드여. 내 코가 석자여도 남 걱정도 해주고 하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지.
  • 조선일보좌파 2010/05/16 09:28 # 삭제 답글

    유시민 승리 이후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다라. ㅋ 그건 정태 니 생각이고 바램 이겠지. 유산싸움 운운 하면서 은근히 민주와 국참당간 갈등을 부추키는 정태는 학실히 찌질한 조선일보 좌파 맞네. 니들 조선좌파들 이야 김문수가 이기길 학수고대 하겠지만. 지금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다면 회찬옹 상정 아짐은 아예 남극빙하에 버금간다. 난 하두 두 양반 존재감이 없어서 이미 사퇴한 줄 알았다 야. 유시민의 승리에 소주 나발 불었을 정태를 측은해 하는 1인..
  • 노정태 2010/05/17 04:22 #

    이게 갈등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니, 마음 속에 미움이 가득 찼구나... 부디 본래의 선한 마음으로 돌아오너라.
  • 치킨먹자 2010/05/16 10:48 # 삭제 답글

    진보신당 출구전략 어쩌구 하면서 기세가 등등 하던 노정태가 이젠 남의 집안 유산싸움 걱정 까지 해주시고. 뭐 순수한 걱정 이라기 보단 박터지게 싸워주길 바라는 염원이겠지만. 자기집 쌀독이 텅벼서 끼니를 굶는 판에 유산싸움 하는 집안 보면 배알이 뒤틀리기도 할 것이다. 자 이제 우린 치킨 시켜서 먹을 준비 다 됐는데 그 쪽은 고추가루 뿌릴 준비나 해야쥐. 그리고 2002 대선에서 노짱 승리를 '그럭저럭 건재했던 민주당이라는 토대' 로 해석하고 그 토대가 흔들리니 2012년 대선이 걱정이란 투로 생각하는 수준 이라면 앞으로 정치분석 글은 쓰지 말고 공부 부터 한 참 더 해야겠다. 아 참, 공부 전에 우선 뒤틀린 머리와 마음 세탁은 필수...
  • 조선일보좌파 2010/05/16 12:18 # 삭제 답글

    조선좌파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선거결과는 1위) 단일화 후보가 박빙으로 졌을 때, 2위) 단일화 후보가 승리했을 때.. 그들이 선호하는 최선의 결과는 땅나라당 후보의 압승. 그렇다면 조선좌파 진영은 어떤 투표행위를 할까. 참 궁금하다. 얘들은 어차피 포기한 선거. 선거 후 그지 생활을 하더라도 면피에 급급할 테고 억지로라도 살아남는 게 지상최대의 과제. 면피 면피 그것만이 내 세상~
  • 노정태 2010/05/17 04:23 #

    다른 부탁은 안 할테니 자꾸 헷갈리게 닉네임 바꿔가며 내용 없는 리플 길게 달지 마라.
  • 스토커놀이하냐? 2010/05/16 14:59 # 삭제 답글


    눈코입 구분도 못 가는 바쁜 선거 와중에

    남의 숟가락이 몇갠지 세고 자빠졌네.... ㅋㅋ

    이 스토커들아. 이럴 시간에 니네 당 후보 선거운동이라도 더 해. 쯧쯧.
  • 노정태 2010/05/17 04:23 #

    이미 돈도 냈고 열심히 하고 있거든?
  • 키린 2010/05/16 16:01 # 답글

    2012대선은 애초에 무리가 아닐런지...
  • 노정태 2010/05/17 04:24 #

    유시민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 현장투쟁 2010/05/16 22:25 # 삭제 답글

    민빠,노빠들 족까라고 해, 몇 프로를 받던 좌파정당 후보에 찍을거니까.
    민주-국참을 찍느니 차라리 무효표를 만든다.

    니네들이야말로 니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민주-국참 선거운동이나 하지 왜
    인터넷에서 깐죽대냐? 그렇게 시간이 넉넉해?
    가뜩이나 박빙이니 뭐니 해서 선거운동하기 바빠야 할 애들이, 니네쪽에
    찍어줄 일도 없는 사람 블로그에와서 지랄댈 여유는 많냐?

    하긴 민빠 노빠들은 100% 인터넷에서밖에 찌질댈 줄 모르는 애들이니까.

  • 명랑이 2010/05/17 01:27 # 답글

    "그저 자유주의자는 느슨하게 연대한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는...ㅠㅠ
  • 노정태 2010/05/17 04:24 #

    그 연대의 단맛을 우리도 좀 맛볼 수 있으면 좋곘습니다만, 현실은...
  • ghistory 2010/05/17 04:43 # 답글

    민주당과 유시민에게 안 좋은 소식들 추가: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sid=E&tid=1&nnum=544494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sid=E&tid=9&nnum=544577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이긴다 해도(그럴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지원정당과의 거리가 이렇게 멀어서야 정당의 견제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좌충우돌하는 선출한 전제군주, '위임대통령' 이나 '제왕적 대통령' 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군요. 이런 꼬락서니는 노무현 하나로도 충분한데 말입니다.
  • 노정태 2010/05/17 17:36 #

    정당정치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국정을 안정화하는 것은, 유시민의 지지자들이 아직까지 갈구하는 '화끈한 이벤트 정치'와 사실상 대극점에 놓이는 것임에도, 전자가 원론적으로 타당할 수밖에 없는 가치이기에 억지로 긍정하는 척 하죠.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과 그에 대한 입장들을 보면 (특히 진보정당 망하라고 하는 그들은) 한국 정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무현의 비극적인 실패도 사실 그 지점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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