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외에 아무도 나에게 모자를 씌울 수 없듯이, 아무도 나를 위해 대신 생각해 줄 수는 없다.
by 노정태
이글루 파인더
들러주신 분들께
최근 등록된 덧글
맞습니다. 제가 "논점"이..
by Phaidros at 17:47
결론적인 연대는 될놈 ..
by ellouin at 17:46
정훈군/ 당선가능성이 '높..
by 노정태 at 17:30
그러니 서로 연대를 논하..
by 노정태 at 17:29
진보정당과 민주당 계열..
by 노정태 at 17:28
죄송하게 되었네요. 최..
by 작노 at 17:22
작노// 왜 하나같이 이리..
by Phaidros at 17:17
아, 말이 서로 엇갈린 것..
by Phaidros at 17:11
최근 등록된 트랙백
서울비의 알림
by seoulrain's me2DAY
kz의 생각
by keizie's me2DAY
당산철교의 생각
by dstrain's me2DAY
kabbala의 느낌
by kabbala's me2DAY
김규항과 노정태
by suffering pearls
이전블로그
2009년 11월
2009년 10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more...
라이프로그
아웃라이어
아웃라이어

rss

skin by 네메시스
좋은 법치주의, 강한 법치주의
1.

최근 불거진 아동 성폭행 사건을 지켜본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좋은 법치주의'일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법치주의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함성을 통해 구현되는 것은 '강한 법치주의'이며, 그것은 '좋은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사법부는 놀라우리만치 성범죄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다. 특히 그 성범죄가 친족이나 근린간에 벌어지는 경우, 장애인을 상대로 벌어지는 경우 등에 대해 턱없이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정확한 사건명이 기억나지 않지만 유명한 사례. 의붓아버지가 십년 넘도록 양녀를 강간해왔다. 그 양녀의 남자친구가 그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은 용기를 내어 강간범을 신고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턱없이 낮은 형이 내려졌고, 출소하여 의붓딸을 폭행하고 살해 협박하며 다시 강간했다.* 더 이상 법에 호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남녀는 합심하여 강간범을 살해했다.

* 스즈카님의 지적을 받아들여 이 부분을 정정합니다.

법대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그 남자가 존속살해의 공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배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된 본질적인 배경이다. 한국의 사법부는 성폭력의 문제에 대해 거의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수준이다. 특히 '가정'이라는 달콤한 어휘가 주입되면, 판사들의 판단력은 마비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과연 성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이 낮아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1994년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의 형량을 하나씩 짚어보자. 주거침입, 야간주거침임절도, 특수절도, 야간주거침입절도와 특수절도의 미수범이 강간 혹은 준강간, 준강제추행을 저지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강간을 저질렀을 때의 형량도 동일하다.

이것은 사형만 없다 뿐이지 살인죄의 형량과 동일하다. 형법 250조에 따르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해당되는 처벌조항의 형량은 어떻게 될까? 검사는 성특법을 따르지 않고 곧장 형법 301조의 강간치상을 적용했다.

그에 따르면 강간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다. 법전에 보면 1995년 12월 29일 이 조항이 개정되었다고 적혀 있다. 왜일까? 성폭력특별법으로 인해 형량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형법에 규정되어 있던 강간치상죄와 성특법의 강간치상죄의 형량이 달랐다.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법적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을 통해 이 형량을 높인것이다.

강간살인이나 치사의 경우, 고의로 사람을 살해할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강간 과정에서 혹은 강간 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사형 혹은 무기징역'은 오직 사형만이 처벌로 규정되어 있는 여적죄(형법 93조)다음으로 높은 형량이다. 적국을 위하여 모병한 자에게 주어지는 처벌의 양과 같다.

이 사건을 두고 더 강한 특별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부당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성범죄와 관련하여 한국의 형법은 더 이상 형량을 높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보다 더 강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형법의 전체 체계를 무너뜨려야 한다.


2.

그래서 적지 않은 이들이 형법 10조 2항의 심신장애로 인한 필요감경 규정을 문제삼는다. 술을 먹고 범죄를 저지른 놈이 잘못한 건데 왜 감경해주냐는 것이다. 술을 먹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눈에 띈다. 그것은 이 규정이 존재하는 이유를 무시하는 것이다.

근대 형법이 이루어낸 커다란 발전 중 하나가 바로 책임주의의 발견이다. 설령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처벌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너무 지능이 낮아서 자신이 던진 돌에 사람이 맞아서 죽을 수 있는 가능성조차 생각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그런 경우에 대해 형법은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

심신장애로 인한 필요감경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서 하필이면 그 이유가 '술'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너도 마시고 나도 마시는 술인데 왜 감경 사유가 되냐는 식의 불만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술 자체가 아니라, 술로 인해 심신장애가 발생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정신이 멀쩡하다면 온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술로 인해 심신장애 상태에 빠져있었다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므로 판사가 대체 왜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 규정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가령 누군가가 술에 취해 정상적인 변별력을 상실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씨발, 이거 나라 꼴이 뭐야? 북한이 훨씬 낫겠다. 이명박에 비하면 김정일이 위인이지, 만세다, 만세!'라고 외치면서 돌아다녔다고 해보자.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경찰이 그 광경을 보더니 마침 실적이 모자라던 차였는데, 옳타쿠나 무릎을 탁 치면서 그를 체포했다. 적용된 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죄]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추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 술에 취한 사람이 과연 그 상황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자체가 문제가 되겠지만, 통상적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적어도 처벌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긴 하므로, 이 요건을 검사가 어찌어찌 우겨서 통과시켰다고 해보자.

불쌍한 피의자는 술김에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졸지에 7년 이하의 징역을 살게 생겼다. 이 경우 그가 택할 수 있는 방어 도구 중 하나가 바로 심신장애로 인한 필요감경이다. 지나친 음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심신장애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이다. 현행대로 형법 10조 2항이 존재한다면 형량은 3년 이하로 뚝 떨어진다. 반면 그것을 필요감경이 아닌 임의감경으로 바꾼다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이 사람은 몇 년의 옥살이를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법논리를 따져보아도 심신장애로 인한 형의 감경은 필요감경일 수밖에 없다. '심신장애에 빠져 있다'는 말은 곧 '온전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설령 그것이 범죄라 하더라도, 전부 책임을 질 수는 없다.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설령 그것이 어떤 흉악한 범죄가 되더라도 말이다.


3.

그간 많은 성폭력 관련 재판의 경우, 법원의 판결이 가해자에게 불필요하게 온정적이었던 경우를 짚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건 한국의 형법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인식 수준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조항을 살펴보자.

제7조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등) ①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7.8.22)

②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7.8.22)

③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예에 의한다. (개정 1997.8.22)

④제1항 내지 제3항의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으로 한다. (개정 1997.8.22)

⑤제1항 내지 제3항의 친족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 (신설 1997.8.22)


같은 강간을 해도 친족관계에 있는 누군가가 강간을 하면 처벌을 덜 받도록 아예 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역겨운 일 아닌가? 가족이라고 해서 성폭행, 강간, 강제추행을 하는 것의 처벌을 줄여준다니.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법이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수준은 매우 낮다. '가족주의'의 덫이 성폭력과 관련한 정의의 실현을 심각하게 가로막고 있다.**

* 스즈카님, ??님의 지적을 받아 이 부분을 정정합니다. 성특법의 친족과 장애인 규정은 최소 형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중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성특법에 맞추어 형법의 성범죄 관련 형량이 늘어나 있긴 하나, 애초에 이 조항의 취지는 가중처벌에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조문을 잘못 파악했습니다.

** 가령 부부강간의 경우를 살펴보자. 부부강간을 인정한 첫 사례는 2009년 1월에 있었는데, 흉기로 생리중인 부인을 위협하여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는 1심 판결 확정 후 자살했다. 만약 이 사건이 항소를 거쳐 대법원에 이르렀다면 과연 1970년에 만들어진 판례가 뒤집힐 수 있었을까? 당시 대법원은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했다가 고소를 취하한 후 폭행 및 감금을 당한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을지라도,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배우자는 강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애초부터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선 자체가 '성'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성폭력은 성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이다. 서로 합의하에 싸대기를 때리며 섹스를 하는 사이좋은 커플 같은 경우와 전혀 무관하다는 말이다. 설령 산신령과 삼신할매가 100년을 사귀고 결혼하여 1000년을 함께 살고 있었다 한들 성을 요구하면서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이미 폭력의 문제이지 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판사들은 부부강간이나 교재하는 커플 사이의 성폭행 및 강간 따위는 애초에 범죄로 인식하지 않거나 살다보면 일어날 수도 있는 미비한 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이렇듯 '친척끼리는 강간해도 좀 봐준다'를 명시하고 있는 입법 정신과 맞물려 숱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법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 사건에 무리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강한 처벌이 담긴 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하거나, 유기징역의 상한 한도를 없애는 식으로 헌법 총칙을 개정하거나, 형법의 책임주의를 포기하는 것 등은 모두 '좋은 법치주의'를 실현하는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기껏해야 '강한 법치주의'만을 불러올 뿐이다.

(성폭력에 대해 친족 여부를 감경 요소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가 없지 않지만, 나는 그러한 입법례가 전체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4.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대체 왜 이 사건에서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이 적용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대로 그것을 적용한 판사가 '사이코패스' 강간범보다 더 나쁜 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가 '회장님'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형사 피의자에게 최대한 많은 형량을 때려넣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알고 사는 판사와 검사들이 일부러 그런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적어도 나의 상식으로는 그리 크지 않다.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으면서도 왜 판사는 검사가 짜맞춘대로 12년형을 확정지었을까? 판사와 검사라는 두 직업군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심 판사는 자신이 내린 판결이 상급심에서 번복되는 일을 반드시 피하고자 한다. 검사 또한 범인을 무죄로 풀어주거나 비슷한 사건의 형량보다 낮은 판결을 받아낼 경우 인사고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판사와 검사 모두 기존의 비슷한 사례의 형량을 따라 맞춰야 할 강력한 유인 동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전제한 채로 이 사건의 양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많은 이들이 범인에게 내려진 징역 12년이 너무 적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대체로 이렇다. 보통법(Common law) 국가들의 아동성범죄에 대한 양형과 비교하면 12년은 턱없이 작아보인다는 것.

그런데 이것은 비교의 대상을 잘못 찾은 것이다. 한국은 대륙법 계열 국가이기 때문에 비슷한 법 체계를 가진 나라들과 비교해야 마땅하다. 그 기준에서 놓고 본다면 징역 12년은 그리 낮은 형량이 아니다. 한국 형법 중 성특법의 미성년자 강간 및 강제추행에 대한 규정을 살펴보자.

제8조의2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① 13세 미만의 여자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 구강·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2.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

③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⑤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13세 미만의 여자를 간음하거나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전문개정 2008.6.13]

제9조 (강간등 상해·치상) ① 제5조제1항, 제6조, 제8조의2 또는 제12조(제5조제1항, 제6조 또는 제8조의2의 미수범만 해당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08.6.13)

②제7조, 제8조 또는 제12조(제7조 또는 제8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7.8.22)


한편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참조하는 독일의 형법에는 아동에 대한 성범죄를 다음과 같이 처벌하고 있다.


Section 176 Sexual Abuse of Children

(1) Whoever commits sexual acts on a person under fourteen years of age (a child), or allows them to be committed on himself by the child, shall be punished with imprisonment from six months to ten years, and in less serious cases with imprisonment for not more than five years or a fine.

(2) Whoever induces a child to commit sexual acts on a third person, or to have them committed on the child by a third person, shall be similarly punished.

(3) Whoever:

1. commits sexual acts in front of a child;

2. induces the child to commit sexual acts on his own body; or

3. exerts influence on a child by showing him pornographic illustrations or images, by playing him audio recording media with pornographic content or by corresponding speech,

shall be punished with imprisonment for not more than five years or a fine.

(4) An attempt shall be punishable; this shall not apply for acts under subsection (3), number 3.


Section 176a Serious Sexual Abuse of Children

(1) The sexual abuse of children shall be punished with imprisonment for no less than one year in cases under Section 176 subsections (1) and (2), if:

1. a person over eighteen years of age completes an act of sexual intercourse or similar sexual acts with the child, which are combined with a penetration of the body, or allows them to be committed on himself by the child;

2. the act is committed jointly by more than one person;

3. the perpetrator by the act places the child in danger of serious health damage or substantial impairment of his physical or emotional development; or

4. the perpetrator has undergone a final judgment of conviction for such a crime within the previous five years.

(2) Whoever, in cases under Section176 subsections (1) to (4), acts as a perpetrator or other participant with the intent of making the act the object of a pornographic writing (Section 11 subsection (3)), which is to be disseminated pursuant to Section 184 subsections (3) or (4), shall be punished with imprisonment for not less than two years.

(3) In less serious cases under subsection (1), imprisonment from three months to five years shall be imposed, in less serious cases under subsection (2), imprisonment from one year to ten years.

(4) Whoever, in cases under Section 176 subsections (1) and (2):

1. by the act seriously physically maltreats the child; or

2. by the act places the child in danger of death,

shall be punished with imprisonment for not less than five years.


(5) The time in which the perpetrator is in custody in an institution pursuant to order of a public authority shall not be credited to the term indicated in subsection (1), number

4. An act as to which judgment was rendered abroad shall be deemed equivalent in cases under subsection (1), number 4, to an act as to which judgment was rendered domestically, if under German criminal law it would have been such an act under Section 176 subsections (1) or (2).


Section 176b Sexual Abuse of Children Resulting in Death

If by the sexual abuse (Sections 176 and 176a) the perpetrator at least recklessly causes the death of the child, then the punishment shall be imprisonment for life or for not less than ten years.

독일 형법. 영문 번역본. 출처: http://www.iuscomp.org/gla/statutes/StGB.htm#176


독일 형법에서 미성년자 강간치사의 경우 무기징역 혹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강간치상은 5년 이상 10년 이하, 미성년자와의 삽입을 수반하는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학대는 1년 이상 10년 이하, 그러나 그 죄질이 경미할 경우 5년 이하 또는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고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최근 폴란드가 형법 개정을 통해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최고형을 15년 이하로 규정했다고 한다. 동시에 화학적 거세가 처벌의 일부로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평가는 일단 논외로 해보자. 중요한 것은 한국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결코 낮지 않다는 데 있다. 적절한 대상과 적절하게 비교해본다면 분명 그렇다.

문제는 '처벌할 수 있는 형량'보다 낮은 처벌이 가해졌다는 데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은 바로 그 점을 문제삼아 처벌 가능한 전체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더 이상 형량을 높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그게 억지로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이 벌어져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검찰과 법원이 '딱 그 정도'의 형량을 내리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면, 바로 그 관행을 개선해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이다.

그것은 법을 개정하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도리어 이 사건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오직 새로운 특별법의 재정과 형법총칙의 개정에만 맞춰진다면, 정작 문제시되어야 할 사법부의 성폭력 문제 인식을 지적하지는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무리 형량을 높여봐야 무슨 소용인가. 적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계속 그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면.


5.

이 글의 취지는 무리한 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더 강화된 처벌 조항을 넣을 수도 없고, 형법 체계의 원칙을 어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정작 그런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에 이목이 쏠려 있는 사이, '가족'과 '친족'의 성폭력에 유달리 관대한 한국의 사법부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대신 더 큰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일에만 매진하게 되지 않을까?

특히 검찰과 개개인의 국민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 '국민'이 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검찰은 그를 마음먹은대로 농락하고 벼랑 끝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정보력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날 뿐 아니라,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몰아붙이고 불리한 조건으로 내모는 등의 기술에 숙달한 '집단'이기 때문이다('in dubio pro reo'원칙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형사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그래서, 검찰과 경찰에게 더 큰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들이 더 '제대로' 활동하지 않을 수 없도록 시민사회가 꾸준히 감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그들의 행정 작용에 반영시켜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개별자'로서의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여성(때로는 남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 성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 수준을 높이는 것, 등등의 일들은 모두 조직화된 집단과 잘 숙련된 활동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로비스트 등을 필요로 한다. 결국 그런 문제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집단은, 역시 네티즌들이 걸핏하면 증오해대는 여성단체들이다.

이 사건을 '나영이 사건'이라고 부르며 '어찌 저 어린 것을! 저 개새끼를 찢어죽이자!'라고 외치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아무리 드높다 해도, 그들이 과연 본질적인 측면에서부터 여성 문제, 혹은 성폭력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남성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요구하는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하고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업무가 어떤 여성단체의 소관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당신은 여성단체들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에 기꺼이 찬성하는가?

여성에 대한 증오, 여성단체에 대한 증오, '인권'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에 대한 혐오, 특히 소수자의 권리 주장에 대한 히스테리컬한 반발이 횡횡하는 한국 사회에서, 정작 피해자의 목소리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에서) 잠재적 가해자들의 자기 결백을 위한 함성 너머에 묻혀버리고 마는 것 아닐까?

범인에 대한 대중들의 공분은 '나는 저 개새끼가 아니다'라는 확고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저 개새끼는 내가 아니고, '우리'가 아니니까, 최대한 잔인하게 몰아붙이고 죽여야 마땅하다는 집단주의가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선량한 사람들'이 때로는 소스라치게 무섭게 느껴진다.

나치가 오직 유태인만을 강제수용소에 넣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왜 '선량한 독일 국민들'이 강제수용소와 홀로코스트에 찬성했는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치가 그 수용소에 '성범죄자, 강력범죄자, 게이, 유태인, 집시'등을 싹 몰아넣겠다고 사람들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신들을 겁나게 하는 무서운 놈들, 당신들이 싫어하는 잡놈들과 함께 깨끗하게 청소해 드립니다. 맡겨만 주세요.

강력범죄와 성범죄에 대한 증오 그 자체는 정의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배제와 차별, 법을 통한 폭력에 대한 찬성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만약 이 사건의 범인이 이주노동자였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로 '그 분노'를 온갖 형태의 '딱지 붙이기'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풀어냈을 것이라고 나는 감히 예상할 수 있다. 마치 나치가 유태인들에게 노란 별 무늬를 붙이도록 했듯이, 이주노동자들에게 갈색 천을 달고 다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자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본다면, 그 개새끼가 '순수 혈통 한국인'인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강력한 법치를 요구하지 말라. 국가는 바로 그 강력한 법으로 당신들의 목을 칠 것이다. 시민사회는 오직 '올바른' 법치주의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적어도 이 사건과 관련된 논점에 대해서라면, 지금 존재하는 법 수준에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성폭력과 아동성폭력에 대한 사회 및 법원의 인식 부재가 문제지, 처벌하기 위한 법의 부제가 문제인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강력한 법치주의가 아닌 올바른 법치주의, 우리는 그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노정태 | 2009/10/02 01:25 | 트랙백(4) | 핑백(1) | 덧글(115)
트랙백 주소 : http://basil83.egloos.com/tb/508557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원래부터의 원래그런 블러그 at 2009/10/02 02:59

제목 : 9살 여아 성폭행..
징벌에 이야기는 이미 많은 논란이 있었으니 더는 따로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법률적 문제보다는 방치되는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저런 범죄는 어떻게 해야할까? 엄벌은 당연 필요하겠지만 필요한 것은 엄벌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 안전망에 대한 이야기도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옛날에 있었던......more

Tracked from CASA VERDE at 2009/10/02 12:36

제목 : 피해 아동에 대한 지정기탁 후원 가능
출처는 YTN 뉴스. 가장 좋은 것은 '아동 성범죄(더 나아가서 전체 성범죄) 피해자 구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겠지만...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니, 그 동안만이라도 일반 시민의 온정적 손길이 이 아동을 구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NGO를 통해 해외아동을 후원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이런 구제책은 그냥 보고 못 지나가는지라. 그나저나, 어디의 모 님은 형법 제10조 제3항을 요즘같은 ......more

Tracked from Friday Night.. at 2009/10/02 15:10

제목 : 도대체 왜 이게 이렇게 우리끼리 싸울 일인지
좋은 법치주의, 강한 법치주의 내가 법에는 문외한이고 제도나 이런 것들도 잘 모르긴 하지만....나쁜놈을 상대로 싸우려면 그놈을 상대하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게임을 할 때도 연속 콤보로 때리면 금방 쓰러뜨릴 놈을 한번에 한대씩 찔끔찔끔 때리면오랫동안 클리어하지 못 하고 쩔쩔매지 않나. 일명 '나영이 사건'이라고 하는 이 난리법석의 근원지.. 사실 지금 시점에서 사람들은 이미 '어린 아이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more

Tracked from 좋은 것만 좋아 at 2009/10/02 15:14

제목 : 후원할 생각을 못했었네
좋은 법치주의, 강한 법치주의노정태님의 글에서 반박하고 싶은 부분은 아주 많지만, 시민단체에 대한 후원은 아주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성추행시 부모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 내가 초등학생때 어떤 개새끼한테 성추행 당한 이야기를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포스팅 할 때만 해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큰 일 아니였다고 생각해서 담담하게 적었었는데, 이번 사건을 접하고 난 뒤에 저 ......more

Linked at Blog # @ eGloos .. at 2009/10/02 18:32

... 관점들로 인해 제어가 되었을테니 이때라도 쇼했다고 욕해볼 수도 없을 것 같다. 또한 지금 이 문제를 두고 사람들의 반응을 집단주의라던가 나치까지 엮어 진도가 나가버리는 오버도 있는 것 같다. 이는 성범죄문제를 피상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 more

Commented by -_- at 2009/10/02 11:29
여성부가 김대중 출범이후 여권 신장을 위해 행한 가장 빛나는 업적은 성매매특별법입니다 ㅋ
Commented by . at 2009/10/02 12:32
여성부를 모든 민간 여성단체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긴 마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의 권역으로 들어가면 모든 단체활동들이 좀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35
여성단체가 성폭력 사건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네티즌들이 여성단체를 싫어하는 건 그냥 늘 그래왔기 때문인 것 같고요. 게다가 여성단체나 인권단체의 존재는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불러일으키죠. 그래서 더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웅이 at 2009/10/03 09:51
글쎄요. 네티즌들이 아무이유없이 여성부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나요? 보고 싶은 쪽으로만 보고 있군요.
Commented at 2009/10/02 08: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37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국내의 법 실정과는 무관하게 지나치게 영미쪽의 법적 용어와 강학 편제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최근 법대 교재들을 훑어봤는데 '불법행위법'이라는 책이 있더군요. 채권각론의 불법행위편을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겁니다. 옷에 사람을 맞추는 꼴인데요, 이거 참...
Commented by 민근 at 2009/10/02 08:53
책임주의를 언급하신 점, 대륙법 체계는 영미법과 단순비교를 할 수 없다고 하신 점,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법치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신 부분에 깊이 공감을 합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37
네, 감사합니다. 저도 민근님께서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행인2 at 2009/10/02 09:43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2. 술에 의한 경감 부분은 좀 다른 생각이 드네요. 중간에 예를 들어 술김에 푸념을 한 것이랑 술김에 중범죄를 저지르는 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정신장애 등과 달리 술을 마신다는 행위에는 본인의 선택이 관여하구요. 술김이라고 중범죄를 감형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 모든 사람이 술을 마시고 중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심신이 미약해지지도 않거니와 자세히는 모르지만 워낙 술에 관대한 우리나라기에 이렇지만 외국의 경우 술을 마신 후 범죄에는 가중처벌을 한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구요.

암튼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특히 친족 등에, 는 동의합니다. 어제도 KBS 9시 뉴스인지 보다가 성범죄 42%가 벌금형으로 끝난다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자세히 보고 있지 않아서인지 성범죄의 구체적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39
핵심은 '술'이 아닙니다. '심신장애'죠. 술이 아니라 똥을 먹고 심신장애를 일으켰다 하더라도 심신장애는 심신장애인 겁니다. 그게 '원칙'이죠.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10/02 10:03
술을 마시고 만취 상태가 되어 판단력이 저하되었을 때
감형'해줘야한다'가 아니라 '해줄 수 있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취 상태가 되면 판단력이 저하되는 등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건 우리 사회의 상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판단력이 저하되면 의도치 않은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만취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술이 떡이 되면 사고 칠 수도 있다는걸 알면서도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행위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Commented by 그것은 at 2009/10/02 10:43
술이 떡이 되면 사고 칠 수도 있다는걸 알면서도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행위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그거슨 원자행이라고 해서 감경할수 없다고 명시해놓았죵
Commented by 시니키 at 2009/10/02 11:49
문제는 '술이 떡이 되면 사고 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마신다'는 것 자체가 피의자의 마음 속에 있을 뿐, 실제로 그것을 법적으로 증명하려면 복잡한 법리와 증거들을 가동시켜야 한다는 거죠.
이전에 이오공감에 올라온 민근 님의 글 못 보셨습니까. 물론 그분의 글도 추정이니 정확한 정보는 판례가 공개되어봐야 알지만(참고로 저는 현재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판례는 믿지 않습니다. 그렇게 빨리 공개될 리도 없고, 법원 사이트에서 검색도 안 될 뿐만 아니라, 가짜 신문 기사도 그럴싸하게 조작해낼 수 있는 네티즌들인데 판례쯤이야 법학도 한 명이 마음먹고 달려들면 가능할 거라고 보고요.), 해당 사건 가해자의 경우는 '술은 자의로 마셨지만', '평소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없어서'->'술이 떡이 되면 '사고 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없었다'로 판정을 내린 듯합니다. 그러니 심신미약과 필요감경 자동개시.ㄳㄳ

노정태 님 말씀대로 법관들이 더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법률이 문제인지는 추후 판례가 공개되면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저는 법관들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법률에 손대지 말자는 주의에는 찬성을 못하겠습니다. 여성채용목표제(지금은 양성평등목표제로 바뀌었지만.)를 놓고 '공직에 여성 진출이 저조한 이유는 사회 문화에 문제가 있는 거니까 사회 문화가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남녀를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고 여성의 권리를 더 높여 취급하는 여성채용목표제는 평등권에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법률을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행정입법이나 법원규칙 등을 통해서 사법부에 규율을 가해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올시다.

하긴, 이렇게 예시를 들어놓으면 '수익적인 여성채용목표제랑 침익적인 형법개정이 같냐.ㄳㄳ' 이 답변 돌아오겠군요.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41
미스트/ 그래서 그냥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심신장애가 발생하여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주장해야 하는 거죠.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시니키/ 시니키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그 경우와 그 경우는 비교 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범죄 피해자의 피해를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형사 피의자의 구속 수감 등으로 인한 피해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형법은 최대한 신중해야 하는 거죠.
Commented by 좌파논객 at 2009/10/02 10:20
정말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그 흉흉한 사건과 관련하여 제 머릿속에서 떠돌고 있던
희미한 개념들을 님께서 명확히 정리를 잘 해주셨습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41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Commented by 찬찬 at 2009/10/02 11:11
강하고 올바른 법치주의를 원하면 안됩니까?
굳이 그렇게 이분법으로 나누실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42
강한 법치주의는 국민들이 대충만 요구해도 정부에서 넙죽 합니다. 지금 이명박도 고작 사흘만에 '그새끼 못 나오게 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옳은 법치주의는 아무리 국민들이 원해도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신영철 대법관이 순순히 사퇴하던가요?

따라서 둘 다 요구하는 것보다는, 옳은 법치주의만 요구하는 것이 낫습니다.
Commented by 찬찬 at 2009/10/02 15:39
이해가 안가는군요.
둘다 요구해서 둘다 이뤄지면 좋은거지
뭘 옳은 법치주의만 요구하는게 나은건가요?
Commented by 찬찬 at 2009/10/02 15:44
이명박이 못나오게 하라고 했다고 해서 못나오는게 아니죠
이미 형은 확정됐는데 이명박이 무슨 수로 못나오게 합니까?
앞으로 법개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번 건은 아니죠.
Commented by 찬찬 at 2009/10/02 15:53
지금 사람들이 이 사건으로 많은 말을 하고 강력한 처벌을 원하니까
이명박의 그런 발언도 나오는거죠
결국 사람들이 강한 법치(라고 하죠)를 요구한거 아닙니까?
그렇듯이 옳은 법치도 요구하면 되죠.
물론 잘 안되긴 합니다.(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제1법칙이 있어서)
그렇다고 해서 옳은 법치만을 요구해야한다는건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둘다 요구하고 둘다 이뤄질수 있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J H Lee at 2009/10/02 20:29
강한 법으로는 과거 독일의 법이 있습니다.

유태인을 싸그리 잡아 죽이는 강력한 법이었죠.

근데 그게 좋은 법은 아닙니다.


그리고 옳은 법치를 하려면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천천히 쌓아 올려지고, 장기적으로 시행착오를 거쳐 수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한순간의 요구로 강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옳지 못한 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Commented by 찬찬 at 2009/10/02 23:06
제가 말하는게 유태인을 싸그리 잡아죽이는 법처럼
비상식적인 걸 말하는것같이 들리시나요?
형의 강화를 말하는거지 제가 나치찬양이라도 했습니까?
Commented by asd at 2009/10/02 23:48
올바르면서도 강한 법치주의는 불가능하냐는 의문에,
전혀 엉뚱한 대답들만 하시네요.
Commented by qwert at 2009/10/03 00:35
사실 거의 불가능해보이긴 합니다.
최소한 역사상 강한 법치를 이룩한 국가 대부분은 그 강한 법으로 정의를 세우는 것보다도 권력층의 기득권 강화에 사용한 전례가 훨씬 많으니까요.
Commented by 인디 at 2009/10/02 11:53
범인은 범행 3일 후에 체포되었는데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어떻게 안다고 범인이 술 마셨다고 단언합니까? 제3의 눈이라도 있는가봐요. 똥 오줌이라도 검사하면 사흘 전에 술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알 수 있답니까? 대한민국은 범인이 술마셨다고 주장하면 감형해주는 게 관행이라서 감형한 겁니다. 그리고, 술마시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고 인정을 한다면, 음주운전은 왜 가중처벌을 합니까? 지구촌 어디에서 술마셨다고 유아동 강간한 놈 감형해주는 데가 없는데 유독 대한민국만 봐주는 겁니다. 술 안마셔도 술마셨다고 봐주는 게 올바른 법치주의인가?
Commented by 구아바 at 2009/10/02 12:45
저도 같은 의문을 가졌는데... 당연히 피검사나 뭐라도 했으니까
술 마셨단 결과가 나온거겠지? 하고. 근데 아니더라고요.

그게
'술을 마셨다는 증거는 없지만 술을 안마셨다는 증거도 없다'
라서..무죄추정의 원칙인가? 그거에 따라서 술을 마셨다...로
기운걸로 알고 있습니다 ....-_-
Commented by 인디 at 2009/10/02 13:19
구아바 / 무슨 말장난인가요? 혹시 법정 증거주의라고 알아요? 법정 증거주의에 따르면 술 마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이 안되거든요.
Commented by 시니키 at 2009/10/02 12:04
전체적인 글의 취지에는 동의하나(동감은 못하겠습니다. 저 또한 복수심 쩌는 인간이라.ㄳㄳ), 몇몇 부분에서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특히 '술을 마시고 정부 비판해도 잡아갈 수 있다.' 사례를 든 부분은, 60~80년대에 비일비재했던 사건으로 인한 피해 의식이 쩐다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쓰는 저도 아마 어렸을 때의 사건으로 인해 피해 의식 쩌는 인간이겠지만. 그리고 저런 소리가 나와도 용인될 수 있을 정도로 실용 정부의 기조가 험악하다는 것은 더 짜증나지만.

그리고 '대한민국 판검사들이 형량 높이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얼음칼 님께서 본인 얼음집(블로그)에서 해당 글을 삭제 혹은 비공개 처리하셔서 안 보이는데, 그 때 그분께서는 판사들은 오히려 무죄 추정의 원칙 내지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거 싫어서' 형량을 적게 때리는 관행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트랙백 걸까 했으나, 지금 감정이 심히 격앙된 상태라 제대로 반론을 펼칠 확률보다 욕 나올 확률이 더 높을 것 같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전체적인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니, 덧글로 반론 및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덧글로 이 글에 대한 제 의견을 피력합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47
국보법의 예시가 적절하지는 않죠. 가장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법, 이게 잘 안 떠올라서 다소 억지로 만든 케이스입니다. 법 공부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마땅한 사례를 쉽게 만들어낼 수가 없더군요.

얼음칼님이 한 말이 제 말에 대한 반박이 되지는 않는 것 같네요. 일단 검사들은 높은 형량을 선호한다, 이게 전제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판사들이 원하는 건 무턱대고 '낮은' 형량이 아니라, 기존 판례와 어긋나지 않는 수준에서의 형량입니다. 인사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요.
Commented by 야용 at 2009/10/02 12:10
단순히 술을 마셨다고 감형이 되는게 아닙니다.좀 상식적으로 생각좀 합시다.
저 범인의 경우 알콜중독자에 행동장애가 있는 말그대로 '미친'놈이었기 떄문에 감형을 받은것입니다.범인의 심실미약주장에 대해 이걸 혁파해야 되는 책임은 검사측에 있습니다.하지만 이건에서 이걸 꺤다는건 대단히 어렵죠.
실제로 이번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고 범인이 잡기게 된데에는 법원의 역활이 컸다고 합니다.언론에 이사건에 대해 얄려주고 대책을 착고 피해자와 가족을 도울 방법이 없을지 찾은 사람역시 담당 판사였다고 합니다.
우리사회의 희생양 찾기,방향성이 잘못된 분노 표출은 이제 정말 지겹습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48
희생양 찾기에 중독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Commented by 인디 at 2009/10/02 12:12
법치주의를 다른 말로 하면, 개인의 복수를 국가에 청부하는 건데, 법관의 인식이 먼저 바껴야 한다는 건 무슨 말인지? 고상한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냥 형량 높여서 무조건 많이 때리기만 하면 됩니다. 피해자가 울분을 가라앉히고 사적 복수를 억제할 수 있을 정도로....
Commented by 구아바 at 2009/10/02 12:52
개인의 복수를 국가에 청부하는건데
집행을 맡은게 법관이면 결국 개인-> 국가(법관) 이 되잖아요.


국가는 사람이 아님...


>>형량 높여서 무조건 많이 때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건 능사가 아님-_- (예를 들어 형량이)살인죄100년 강간죄 90년 이러면
걍 그게 그거네 어차피 나 살아서 감옥에서 못나와;
안들키면 입막음도 되는 살인으로 고고싱
하는 놈들도 많다고 하네요. (미국의 경우)
Commented by 야용 at 2009/10/02 12:16
자기가 맏은 사건을 언론에 흘리는것이 실제로 굉장히 위험할수있는 것입니다.아이의 부모님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판사가 지금은 오히려 무슨 죽일놈이 되는 상황을 보면 과연 앞으로 점점 내부에서 자기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없어질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지금 돌아다니는 유언비어들은 실제 취재기자나 방송관계자 피해자측에서 루머임을 확인했습니다.그리고 판결문 이외의 증거들과 재판의 정보는 외부인이 알수도 없는거고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루머들 보고 광분하지 맙시다.
지금 정말 필요한건 피해자에 대한 구재책입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06
사실 그 판결문도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는 못하더군요. 공보에 실려서 나오기 전까지는 그냥 원론적으로 옳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asd at 2009/10/02 23:46
아이 부모는 12년 형을 납득하기 힙들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는데, 판사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다는 건 무슨 말씀인지요?
Commented by 인디 at 2009/10/02 12:22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비판을 가로막는 논리로 사용하는 건 비윤리적인 일입니다. 그런 건 조용히 행동만 할 일이지. 수단화할 거리는 아니죠. 법정에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원칙 들먹이면서 이성적인 척 하는 것도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구요. 미국 일본 프랑스 같은 나라들에서 이성적인 인간이 하나도 없어서 성범죄자 신상공개하고 그런답니까? 우리가 이성적이라고, 합리적인 제도라고 믿어왔던게 사실은 인간의 감정에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게 바로 현대 철학의 출발점이기도 하구요.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07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강조하는 것과 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둘 다 필요하다는 게 제 주장이죠. 피해자 구제를 '위해' 법 개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하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현대철학의 반이성주의는 이미 충분한 이성적 논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예컨대 푸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사 전반에 대한 폭넓은 상식이 필요하죠.
Commented by blue ribbon at 2009/10/02 13:47
법관이 문제가 아니라
개념없는 범죄자 옹호자들 때문이죠.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49
세상에는 네오나치라는 집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네오나치를 막기 위해 법을 다 뜯어고쳐야 할 필요는 없겠죠.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09/10/02 13:53
형법 제10조 제2항의 개정을 촉구하는 이들은 '심신미약자의 처벌감경 자체'가 부당하다 생각하는 이들이 아닙니다. 아무렴, 상식이란 걸 갖고 있을 테니까요.

대다수가 지적하는 문제는 형법 제10조 제2항에 명시된 사항(심신미약자의 정의)이 명확하지 못해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해당조항을 근거삼아 자신의 형량을 깎으려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시당초 만취자가 여타 심신장애 및 미약자들과 같은 범주내에 묶여 같은 처벌경감의 혜를 누리는 것부터가 해당 조항이 갖는 추상성 때문이라 봅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51
당연히 명시된 사항이 포괄적이죠. '총칙'이니까요. 그 이유가 뭐가 되었건 심신장애는 심신장애이고, 형법의 책임원칙에 따라 처벌을 면하거나 감경해주는 겁니다. 검찰과 경찰이 더 나은 수사 기법을 개발해야 하는 거지, 형법이 가혹하게 바뀔 필요는 없습니다.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09/10/02 15:17
현실적으로 법률이 내용상의 포괄성 및 추상성을 품게 되는 건 어찌해볼 수 없습니다만, 궁극적으로 법률이 품어야 할 포괄성은 '적용대상에의 포괄성' 뿐,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원칙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명확성의 원칙'에 충실하여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포괄성과 추상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10조 제2항은 그러한 명확성 추구에의 노력이 드러나 뵈지 않았기에 만취자 범죄와 관련하여 학계에서 아쉬운 소리를 많이 얻어먹지 않았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09/10/02 15:21
음. 그런 의미에서 '심신미약자'란 개념을 보다 정확히 하는 것은 '가혹한 변화'라기보단 '합당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09/10/02 15:46
아. 결과적으로 가해자들에게 있어선 더 가혹한 형벌이 주어지게 되니 가혹한 변화라 할 수도…

게다가 말씀하신 대로 검찰/경찰의 역량이 보다 튼실해진다면 기존의 법조문을 뜯어고쳐야 할 필요성도 대두되진 않겠죠.

많이 배우고 갑니다. _ _)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09/10/02 13:57
'심신미약자의 처벌감경 자체를 두고 부인하거나 까는 짓은 부당하다.'란 말씀엔 십분공감하는데, 실제로 그런 이유에서 형법 제10조 제2항의 문제점을 역설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냐는 물음이 끄덕여지려는 고개를 붙드네요.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51
되게 많던데요.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09/10/02 15:08
찾아보니 그런 난감한 분들이 많긴 많군요. -_-; 죄송하게 됐습니다.
Commented by ­ at 2009/10/02 14:09
잘 읽었습니다. 논지에 동의합니다만, 본문에 대해 몇가지 질의 드릴게 있습니다.

1. 대륙법과 영미법 국가의 차이 때문에 형량을 직접 비교하는게 무리라고 하셨는데, 한국과 타국의 형량을 비교하는데 있어서 정의(justice) 말고 다른 이유가 들어갔는지 궁금합니다. 왜 직접 비교가 무리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2. 책임주의의 중요성에는 이의가 없습니다만, 국가보안법을 예로 드셨는데, 국가보안법이 악법이라는 전제 하에 그에 대한 대항책으로 책임능력의 부재를 언급하는 것은 모든 사례에서의 책임능력 적용의 정당성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53
1.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법치주의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의만을 부르짖으며 법치주의의 원칙을 파괴한다면 이미 그것은 정의롭지 않게 될 수도 있죠. 살인마 전두환도 '정의사회 구현'을 부르짖었습니다. 그 명목 하에 지강현과 같은 잡범들을 청송 보호감호소에 처넣었죠.

2. 저도 그 예가 100% 딱 맞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가장 억울하고 열받는 형법으로 국가보안법이 떠올라서 적어놓은 거죠. 하지만 다른 경우로도 비슷한 사례를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옳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당근매니아 at 2009/10/02 14:14
글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53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09/10/02 14:17
이번 재판에서 원용된 강간치상 조항에 가중처벌의 단서가 없어 부여가능한 형량의 범주가 7~25년이 아닌 7~15년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피해자에게 가해진 상해의 정도가 동법 제258조의 중상해의 범주에 속할 경우 가중처벌한다.' 따위의 단서가 강간치상 조항에 추가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 같은 대륙법계 국가들에 의해 너무 중한 양형기준을 갖게 되는데.'란 지적을 하실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 필요한 변화를 추구하는 때에마저 타국의 것을 기준 삼아 그 경중을 논할 필요가 있나 싶은지라.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4:57
중상해 규정 원용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군요.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범인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영미법과 비교하고 있으니만큼, 법 개정이 필요 없거나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당연히 여타 대륙법과 비교할 수 있는 거겠죠.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09/10/02 15:24
국내형법의 형량조정에 있어 외국의 법정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설과 참고할 필요가 없다는 설은 그 자체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기보단, 특정 범죄의 양형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도구로써' 활용되고 있을 뿐이란 말씀, 동감·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같은 대륙법계…' 이하의 대목은 쓸데없는 사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궁금 at 2009/10/02 14:32
노정태님께서는 형량이 12년인 것이 같은 대륙법체계에서는 결코 낮지 않은 것이라 말씀하셨는 데, 그렇다면 대륙법체계와 영미법체계의 성범죄 형량은 왜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나는 거죠?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5:02
법 체계의 역사 자체가 다릅니다. 굳이 대조하자면 대륙법은 상당히 '인공적'인 체계입니다. 근대국가와 법치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죠. 반면 영미법은 중세시대부터 판사들이 순회하면서 잡혀 있던 나쁜 놈들 재판하고 목도 자르고 이러던 관습이 현대 사회에 맞게 변화한 측면이 큽니다.

그래서 대륙법은 '복수' 같은 원초적인 감정을 최대한 분리하려 노력하는 반면, 영미법에서는 그런 요소들을 적어도 대륙법만큼 의식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대륙법에서는 죄형법정주의를 엄수하기 때문에 법에 규정된 것 이상의 형량을 선고할 수 없는 반면, 영미법에서는 그게 좀 더 느슨하죠. 그래서 100년 200년씩 형량이 나올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궁금.. at 2009/10/02 15:46
님의 굉장한 장점이라고 보는 데, 님의 본 포스팅도 체계적이어서 볼 것도 많지만, 이렇게 댓글로도 충실한 '보충포스팅'을 해주시니, 아주 좋습니다. 때로는 댓글을 읽다 더 많이 얻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한편, 그렇다면 국가의 형량선고라는 공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제한선이나 방지턱이 대륙법체계보다 영미법체계가 훨씬 적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영미법체계의 형선고체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야겠네요.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
Commented by 라라라 at 2009/10/02 14:53
흐음......노정태님 블로그에는 가끔 오는데......정말 잘 읽었습니다. 지금의 사안의 본질을 잘 드러낸 글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15:02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10/02 15: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08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좋군요. 저도 덕분에 계신 곳의 현지 분위기를 어깨너머로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zigz at 2009/10/02 16:01
흠...이번 사건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이~ 같은 대륙법계에 속하는 일본도 올해부터 형사재판에 배심원제를 도입했다는 점이죠. 보다 피해자의 입장(?뭐였더라)을 고려한 사법 뭐라고 하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덕분에 혼자 사는 젊은 여자 집에 침입한 후 강간 및 절도를 하였다는 20살짜리 좀도둑군에게 금고 8년의 형이 떨어졌다는;; 판사 재판이었으면 잘 해야 2년이었을 텐데 누군지 참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정태님께서는 별로 좋지 않게 보시는 듯 하지만, 저는 판사-검사들이 판례를 따른 판결을 만드는 게 법적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편입니다. 그래도 이렇게되고보니 죄형법정주의+배심원제라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 한국에서도 배심원제 도입이 이야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형법 개정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법조문보다 판례가 판결내용에 더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씀은 맞는 말씀이시지만, 그게 법조문 상에서 판사의 감형 재량이 인정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감형에 있어 판사재량이 인정되었다면 "만취상태"라고는 해도 초범-재범 문제나 범행의 잔혹성 ㅠ_ㅠ 정도가 고려될 수 있었을 텐데요. 아무리 판례가 중요하더라도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법조문이 바뀌어야만 판례도 변화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한국의 사법시스템을 얼마나 신용하고 있느냐라는 부분과도 관련되는 것 같습니다만 ㅎㅎ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10
판례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건 아니고요, 지금 있는 법으로도 충분히 강한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사법부의 의지가 되는 거고요. 사법 시스템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강한 법의 제정에 반대합니다.
Commented by 스즈카 at 2009/10/02 16:24
두 가지 사실이 잘못되어 지적하고자 합니다.

먼저 자신을 지속적으로 강간하던 양부를 남자 친구와 함께 살해한 사건은 그 유명한 김모양 사건으로 보이는데, 김모양 사건에서 그 양부는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어릴 적부터 양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김모 양이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그 사실을 고백했고, 그 사실을 들은 남자친구는 양부에게 김모 양을 놔주라고 따졌으나 오히려 당시 검찰청의 행정업무를 맡고 있던 양부가 잡아가겠다고 협박하자, 이에 격분해 살해한 사건입니다. 덧붙여 사족이지만, 이 사건은 공범론보다는 정당방위 및 긴급피난에서 자주 다뤄집니다.(판결은 둘 다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당방위 혹은 긴급피난을 인정해야한다는 학설도 있습니다.)

또한 성특법에서 친족에 대해 감경한다고 되어 있다고 보셨는데, 오히려 형법보다 가중한 것입니다. 강간은 3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친족 강간은 5년 이상,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친족 강제추행은 3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강제추행의 경우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형량의 경중은 최장 기간을 비교하기 때문에 친족의 경우는 가중처벌합니다. 이는 그 제정 이유를 보더라도, 친족에 의한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더욱 심한 충격을 주기 때문에 형을 가중한 것입니다.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수정해주시면 감사하겟습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11
둘 다 검토해보았습니다. 스즈카님의 말씀이 맞군요. 지적 감사하고, 수정하겠습니다.
Commented by pharmee at 2009/10/02 17:00
명쾌한 글 역시 잘 읽고 갑니다
같은 학교에 재학중이신 걸로 봐서
도서관에서 마주쳤을 지도 모르겠네요
즐거운 추석되세요 :)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32
도서관에는 자주 가니까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at 2009/10/02 18: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38
저도 일본어를 할 줄은 몰라서 일본 형법과의 비교를 할 생각은 못했습니다. 독일형법도 영어로 번역되어 있어서 간신히 참조한 거죠. 이건 다른 분들이 확인해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되세요.
Commented by 돌돌이 at 2009/10/02 18:57
술을 먹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로인한 행동은 그 사람의 몫입니다.
우리나라도 음주운전에 대해서 엄벌로 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술을 먹는 건 자유이지만 그로 인한 모든 행동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죠.
술먹고 나쁜 행동을 할 것 같았으면 애시당초 술을 먹지 말았어합니다.

호주에선 술먹고 어떤 사람 다른 집 문을 뻥뻥 찼는데 주인이 총으로 쏴서 죽여버렸습니다. 그럼 주인은 어떤 벌을 받게될까요? 바로 무죄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과거의 미개한 관습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이 남아있는 겁니다. 이제 그런 관습은 없애야될 때가 됐습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39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술이 아니라 술로 인한 심신장애가 문제이므로, 논점에 부합하지 않는 말씀입니다.
Commented by ?? at 2009/10/02 19:55
위에 스즈카님도 지적하신 것입니다만, 적어도 형법상에서 '가족주의'라든지 '친족이 강간하면 좀 봐준다'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주의적인 요소를 찾는다면 <가족, 친족인데도 불구하고 저런짓을 했으니 더욱 악질이고 따라서 더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점이겠죠.

실제로 법정에서 노정태님이 말하는 가족주의적인 판결이 나오는 경우는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적어도 입법상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39
지적하신 내용을 받아들여 본문에 반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Ha-1 at 2009/10/02 20:15
이런 글을 가리켜 '숟가락 얹기'라고 하죠.
Commented by at 2009/10/02 21:01
이런걸 가르켜 뭐라고 하나..음...아는것도 없으면서 병맛인증?
숟가락얹기라고 하는데 너는 얹을 숟가락이라도 있냐?ㅋ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40
그리고 님은 리플을 얹고 있군요.
Commented by 아르파라존 at 2009/10/02 20:42
참고로 저 부부의 강간범 부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때문에 존속살해에 대한 처벌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 에서 유기징역 또한 추가되는것으로 바뀐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저런 부친을 죽여버리는것이 과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되는것인가 라는 이유 때문이지요.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2 21:43
그게 1995년에서야 개정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사회적 공분도 공분이거니와 범죄의 객체가 누구냐에 따라 형량이 지나치게 많이 바뀌기 때문에, 법적 균형 차원에서도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었죠.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10/03 01:59
연합뉴스에 보니, 프랑스에서 2007년에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서 초강경 성범죄자 관리감독 대책을 세웠군요. 다시 사회보호법을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현행 치료감호법의 최장 15년은 약하죠. 교도소 병원을 짓는 '공사'가 필수적인 대책이라 가카 입맛에 딱 맞습니다만, 강바닥 파느라 쓸 돈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대책의 골자는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도 사회에 복귀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료진의 판정을 받으면 격리된 교도소 병원에서 계속 수용치료를 받도록 한 것이다... 형기를 마쳤지만 재범의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은 성범죄자를 격리 수용하기 위한 교도소 병원은 올해 중 리옹에 처음 세워진다."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09/10/02/0601130100AKR20091002059400081.HTML?template=2087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5 00:22
'최장 15년은 약하다'는 인식에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치료감호는 뭔가 치료해야 할 질병적 사유가 있어서 행하는 거거든요. 즉 이미 치료감호 처분을 할 때에는 '복수심' 같은 요소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15년동안 치료되지 않는 질병은 이미 질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이죠. 다른 방식으로 위험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Commented at 2009/10/03 02: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5 00:24
저도 좋은 리플 잘 읽었습니다. 순간적인 복수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형사정책은 가장 나쁜 형사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죠. 영미법에서야 판례가 구속력을 지니지만 동시에 그 판례를 뒤엎을 수 있는 권한도 판사에게 있기 때문에, 개별 사례 안에서 형량을 높이는 것이 그리 위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륙법계 국가에서 '법률 개정'을 통해 형량을 높여버리면 다른 선택의 여지는 사라져버려요. 많은 분들이 이런 점을 주목해줬으면 싶습니다.
Commented by 명랑이 at 2009/10/03 10:13
대한민국의 여론을 보면 북한체제가 더 적합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가카에 대한 무한충성에서 보이는 수령통치에 대한 니즈라던가(.... )

이 사건에 대한 여론도 마찬가지여서 대한민국에는 법에 의한 재판보다는 북한식 인민재판이 더 적합성을 갖는 듯 합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5 00:25
안그래도 박노자 선생도 그 점을 지적하더군요. 남한과 북한은 유교적 사고방식에 의해 움직이는 위선적 사회라는 점에서 동일하다고요. 저 또한 동감하는 바입니다.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꼴데끼야 at 2009/10/03 16:29
술이 문제가 아니라 술로 인한 '심신장애'가 문제라는 말에는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하는 얘기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감형이 되었다면 모든 범죄자들이 술 한잔 먹고 성범죄를 저지를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감형될 테니까요..즉 과연 이런 말들에 대해 어떠한 법적 논리로 대답을 해야 할까요? (어찌보면 그저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의 문제 인 것 같기도 하구요..)
답변좀 해주시길...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5 00:27
쉽지 않은 문제일텐데, 저 같은 경우는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술 먹고 범죄를 저지르면 그게 범죄 탓이지 술 탓이냐? 말이 나온 김에 아예 금주법을 시행하는 게 어떻겠냐? 이런 식으로 허를 찌르고 들어간다면 무사히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을 겁니다.
Commented at 2009/10/03 22: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5 00:29
대중의 감정이 소비되고 있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위정자들은 그 '타이밍'을 노려서 더 강한 처벌이 횡횡하는 사회를 만드는 거고요. 이 전반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 동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법은 그냥, 욕 먹으면서도 꾸준히 할 말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백도라지 at 2009/10/04 22:45
자칭이든 타칭이든 논객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글이다
이런 감성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기계적인 해석을 한 글을 보면 본인들은논객답게 이성이나 지성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썼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대다수는 거기서 그보다는 냉혈한의 모습을 먼저 보게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는것은 "심신미약"이 아니라 "술"을 굳이 거기에 집어넣어야 하는거다 정신지체자나 정신질환자들의 심신미약으로 인한 범죄 자체-이것도 문제가 많긴 하지만-를 문제 삼는것도 아니다 다만 도대체 언제까지 그 놈의 술핑계를 들어야 하나? 이 놈의 나라는 술먹고 저지른 짓은 다 "본의 아니게" 일어난 일이니 받아줘야 하는건가? 하면서 분노했다는게 더 핵심에 가까운거 아닌가 싶다
그리고 술먹고 대통령 비난하고 어쩌고는 너무 지나친 비약 아닌가? 이 나라가 지금 공안정국이라도 된다는 건가? 정말 적절한 예였다고 생각하는지 묻고싶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5 00:31
익명의 방문자들이 쓰는 전형적인 리플이다. 이런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감정만이 올바른 감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데 감정이 없을까? 다만 지금 횡횡하는 '그 감정'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술이 아니라 술을 마신 놈이 문제고, 술을 마신 후에 저지른 범죄가 문제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책임질 수 없는 행위에는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대원칙을 포기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2차 세계대전 발발 전 독일은 한국보다 훨씬 지적이고 성숙한 사회였지만, 금새 파시즘에 휩쓸리고 말았다. 역사에서 배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Commented by bullgorm at 2009/10/04 23:13
그런데 이번 사건은 강간 이후에 이어진 - 차마 말로 하기 힘든 - 피의자의 행위들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술로 인한 심신장애를 감형의 이유로 삼기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더군요..

그리고 글의 내용에서는 벗어나지만 이번 사건을 부르는 명칭 또한 굳이 따진다면 피해자인 아이의 이름으로 불리기 보다는 피의자인 그 '새끼'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런지요.. 신창원이나 강호순같은 전례처럼 말입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5 00:34
이 사건의 범인이 전례 없이 뻔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여러 증언들이 있고, 그것들이 사실이라면 더 분노가 치밀어오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심신장애 판정과는 큰 상관이 없어요. 심신장애 판정을 번복하고 싶었다면 바로 그 판정의 이유에 대한 반대 증거가 제시되었어야 합니다.

저 또한 이 사건을 '나영이 사건'이라고 부르는 게 싫습니다. 마치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라고 다른 이들이 말하는 것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네요.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명랑이 at 2009/10/05 01:57
피해자를 타자화하고, 다시 상징화해서 결국 피해자 개인을 탈색시키는데서 오는 거부감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치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그 이름을 끌어쓰면서 마치 그것이 기호화한 이름 바깥으로 탈색되어 내간 피해자를 위하는 것인 양 떠드는데서 위선의 느낌을 받으신 것 같기도 하고요.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6 01:19
명랑이/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쿠오레 at 2009/10/05 20:22
진즉에 이글을 이렇게 써주셨어야 했뜸. 이전의 포스팅은 그닥...사실 물타기 하기 좋아하는 이들이나 진영논리에 휩싸이기 딱 좋은 소지를 제공하는 글이라고 보기에...누구말마따나 확실히 우리는 섬세함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듯 해요. 잘 읽고가요.
중요한 것은 검찰과 법원이 '딱 그 정도'의 형량을 내리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면, 바로 그 관행을 개선해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이다---->매우 공감하구요. 4번째 꼭지와 5번째 꼭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동시에 가장 중요했는데 매우 적절한 지적을 하셨네요.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6 01:20
대학원 종합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공들여 블로그 글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글은 시험이 끝난 날 밤에 다소 긴 시간을 투자해서 쓴 거고요. 아무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니 저로서도 보람이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 at 2009/10/07 09:32
독일 형법에서 미성년자 강간치사의 경우 무기징역 혹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 이거 10년 이상으로 고치셔야 할 것 같은데요.. not less than 10 years 니까요.
Commented by 드로이드 at 2009/10/07 12:45
전부터 그놈의 사법부 인식이 문제란 말은 숱하게 들어왔습죠.
근데 바뀔 것 같진 않아요. 아주 잘나신 분들이거든요. 대중하곤 다르죠. 암요. 프롤레타리아 혁명 만세 뭐 이딴 걸 외치자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ㄱ=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