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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태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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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평생 장애를 짊어진 채 살아야 하는 소녀를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이 모든 일들은 시민사회의 영역 내에서 처리될 수 있고, 또 그래야 마땅한 것들이다. 반면 성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을 하거나, '그 범인'만은 따로 가중처벌해달라고 권력기관에 청원을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검사와 판사들, 특히 검사들은 범죄자들을 향한 증오심에 언제나 불타고 있고, 가능한 한 최대한의 형량을 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다. 이 사건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판사와 검사들이 네티즌들만큼 분노하지 않아서 '고작' 12년형이 내려진 게 아니라, 현행 법 체계 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역형이 12년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청원 등 온갖 활동이 진행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처벌의 강도가 턱없이 미약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기본적으로 그러한 분노에 동의한다. 문제는 청원서에서 말하는 '특별법'이 이미 이 사건에도 적용되어 있다는 데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이 법 제8조의 2(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을 거쳐, 제9조(강간 등 상해·치상)으로 가보면 알 수 있다시피,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은 이미 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논리에 의해 감경이 되어 12년형이 선고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판결문이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법부는 오직 대법원 판결문만을 공개하고,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체 사건의 경우에는 그마저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애초부터 존중하고 있지 않다. 기본적인 정보의 부족은 다른 측면에서도 도드라져 보인다. 현재 이글루스에 이 문제가 화제로 떠오른 것에는 이 포스트에 등장하는 상황 묘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련 자료로 링크된 기사(http://news.kbs.co.kr/article/society/200909/20090922/1851266.html)에는 포스트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정황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그 지점에 대해서는 포스트 작성자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링크된 성폭력특별법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법적으로는 더 이상 높일 수 없을 만큼 형량을 높여놓은 상황이다. 더 이상의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이보다 높은 형량은 '무조건 무기징역' 따위밖에 없는데, 그런 식으로 법조문에 오직 하나의 처벌만을 규정할 경우 재판관의 재량을 침해하는 입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입법이 이루어질 경우 검찰과 경찰에게 지나친 권력이 부여된다. 나 또한 분노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 하지만 그 분노가 무조건 형량을 높이는 식으로, 혹은 형법상의 감경 제도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표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범죄가 끝난 후 범죄자를 가혹하게 족치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아무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범죄가 저질러지기 전에 그것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 대한 논의가, 적어도 이글루스에서 오가는 이 사건에 대한 토론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빠져 있다. 앞서 언급한 '정황 묘사' 포스트에 링크되어 있던 기사를 클릭해서 그 내용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이런 성범죄를 막기 위해 1년 전, 전자발찌가 도입됐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증오해 마지않는 '인권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중이다. 그런데 아동 성폭력 전과자들의 아동 보호구역 출입을 금지하지도 않을 거라면 대체 그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더 높은 처벌 조항이 담긴 특별법, 감경 없는 처벌, 더 세밀한 감시 체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있는 법', '있는 체계'가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느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법원은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형량이 그와 같이 내려졌는지에 대해 알 수도 없고, 방향 없는 분노심에 휩싸이게 된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전자발찌 등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온갖 제도들이 과연 잘 작동하고 있는가를 묻는 대신, 그저 더 높은 형량의 특별법만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국민의 뜻'을 십분 받아들여, 정부가 성범죄 예방이라는 명목 하에 비단 성범죄 뿐 아니라 온갖 범죄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높은 형량으로 도배를 하되 정작 그 법들이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옥죄는 온갖 장치들만을 잔뜩 갖춰버리는 것이다. 경찰은 '성범죄 예방'이라는 명목 하에 아무 전화나 도청하고, 검사는 법에 써있는 대로 무조건 무기징역을 구형할 수밖에 없다고 해보자. 아동 포르노에 대한 규제에는 나도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그 명목 하에 경찰이나 검찰이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사람의 컴퓨터를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게 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진다면? 지금 대중들이 바라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이런 지경에 이르러야만 한다. 여우를 쫓기 위해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격이다. 법이 없어서 처벌을 못하는 게 아니다. 법도 있고 전자발찌도 있다. 문제는 그 법이 집행되는 과정이 국민에게 공개가 되지 않고 있으며, 동시에 관련 제도들의 완전한 시행 여부가 의문시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녕 성범죄 예방을 원한다면 바로 그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 높은 처벌법과 더 많은 CCTV가 범죄를 막아주는 게 아니다. 그것들은 오직 범죄가 벌어진 '다음'에만, 사후적으로 가치를 지닐 뿐이다. 범죄를 막고 싶다면 예방적 조치들의 시행에 대해서 문제삼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공정하고 열린 법 체계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 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가 동시에 보존·성취될 수 있다. ------------------------------------------- 덧붙여,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긴 기사를 첨부한다. 고등법원 형사부에 근무하는 판사라면 지금 논의되는 것과 같거나 더 잔혹한 사건을 수도 없이 봐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일선에 있는 사람이 '또 다른 특별법'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천천히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주시면 어떨까 싶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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