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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더는 못 보겠다. 특정 후보를 찍어서 팬클럽 활동을 하다가, 그가 대통령이 되자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른 것처럼 착각하던 자들이, 그 우상의 돌연한 소멸과 함께 자아 붕괴를 일으키고 있는 이 희비극적인 모습 말이다.
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한다. 비록 나는 그와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으며 그가 생전에 펼친 정책에 대해 지금도 비판적이지만, 한 인간에 대한 순전한 연민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러나 그의 서거 이후 이성을 상실해버린 극렬 팬클럽 회원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연민도 느끼지 않는다. 이건 뭐 답이 없다. 다행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극렬 노빠'들이, 자신들이 정치 집단이 아니라 한낱 팬클럽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과 행동으로 공히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민주당에 대한 반감, 진보진영에 대한 공허한 삿대질이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그들의 행동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도리어 엘비스 프레슬리의 머리카락을 경매에서 구입하는 팬, 엘비스가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팬, 이런 사람들의 행동과 더 큰 유사성을 보인다. 그들은 스스로의 외연을 넓히고자 하는 대신, '뉴비'들에게 떠세 부리느라 정신이 없다. 정작 상주인 노건호 씨를 제쳐두고 명계남이 '가족장이 좋겠다'며 설칠 때, '그들은 노사모가 아니다'라고 변명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무튼, 일련의 무리가 '너희들은 노무현 앞에 올 자격이 없다'며 김근태 등을 쫓아낼 때, 이 팬클럽의 마지막 이벤트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 는 이제 없다. 팬클럽은 사랑의 대상을 잃었고, 그들의 사랑은 더 이상 '관계'로 성립할 수 없다. 그래서 왕년의 '극렬 노빠'들은 노무현을 '소유'하려 드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들은 노무현을 고립시킴으로써, 마치 미저리가 소설가를 가두어놓듯 그렇게 자신들의 깜냥 속에 감금해 버림으로써, 영원히 소유하고자 한다. 하긴 모든 팬은 자신의 우상(Idol)에게 자아를 투영한다. 그게 바로 팬과 스타의 관계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팬은 스타를 바라보며 그에게 자신을 투영함으로써 자아를 충족하고, 스타는 팬의 사랑과 지지를 모아 스타로서의 위치를 지켜나간다. 이러한 팬클럽 활동은 그러나, '정치적 지지'와는 어쩌면 정 반대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내가 누군가를 지지한다면, 나는 '나 자신'의 정치적 목표 혹은 이익을 위해 '내가 아닌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내 기대를 저버렸거나, 혹은 기껏 뽑아줬더니 내 생각과는 다른 행동을 보여준다면, 나는 당연히 그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정치인에 대한 지지 철회는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정치인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대변자'이기 때문이다. 그 대변자가 국민의 본래 의도와 다른 말을 하거나 정책을 추진한다면, 당연히 국민들은 비판하고 또 맞서야 한다(그게 아니라면 이명박 찍은 사람들은 영원히 이명박을 지지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극렬 노빠', 즉 노무현의 미저리 팬클럽들은 바로 그 점을 비난한다. 왜 너희는 노무현을 지켜주지 않았는가? 왜 너희는 이제 와서야 노무현의 무덤 앞에 알량한 눈물을 흘리고 그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가? 이딴 질문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 없다. 우리가 정상이고 저들이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무현을 정치인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저들은 노무현을 연예인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나는 '극렬 노빠'들이야말로 노무현을 박제로 만들어버린 주범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그들을 '미저리 노빠'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저리 노빠'는 팬클럽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들은 취향에 맞는 '오빠'를 찾으면, 다시 얼른 팬질을 시작한다. '극렬 노빠'의 집산지였던 서프라이즈가 황빠, 즉 황우석 지지자들의 본거지로 돌변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노무현을 통해 그 팬들이 '대통령이 되고픈 나'라는 소망을 충족시켰듯이, 황우석을 통해 '노벨상 타고 돈도 많이 버는 나'라는 소망을 충족시키고자 한 것일 뿐이다. 문제는 이딴 팬클럽, 혹은 그 팬클럽에서 끼리끼리 추천해주면서 시시덕거리던 자들이 스스로를 '정치적 고수'라고 여기며 되도 않는 소리를 남발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래놓고 기껏 한다는 짓이 노무현 개인에 대해 호감을 잃지 않은 이들에 대한 비난(오빠는 내꺼야!)이거나, 혹은 유시민 밀어주기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꿈 깨시라. 유시민은 팬클럽 회장이었을 뿐 '오빠'가 아니다. 그럴 '깜'이 못 된다. 노 전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싸워온 과제가 바로 정치개혁이었다면, 남은 이들은 바로 그 정치개혁 자체에 몰두해야 마땅하다.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이 그 대안을 실천하고 있다. 진짜 정당정치, 당비 내는 당원들의 힘으로 당직자와 후보가 먹고 사는 정치, 그래서 재벌 뿐 아니라 지방 토호의 자금을 빌릴 필요도 없는 정치, 이미 진보 정당들은 다 하고 있다. 하지만 팬클럽의 눈에는 이 사실이 결코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진보 정당들은 새로운 정치를 실험하는 장이 아니라, 그냥 '오빠 욕한 비호감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는 이런 '미저리 노빠'들이 스스로가 대중 전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양 함부로 말해왔다. 지금은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애처롭다. '미저리 노빠'들은 그냥 일개 팬클럽일 따름이다. 바쁜 세상, 험난한 정국이다. 그런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상관할 필요 없다. '미저리 노빠'들은 도리어 진정한 정당정치를 실현하는 과정에 방해만 될 뿐이다. 자신들의 팬클럽, 음모와 협잡이 난무하던 그 팬클럽의 운영이야말로 '민주주의'였다고 그들은 굳게 믿는다. 그런 자들에게 민주주의를 다시 가르치는 일에 귀중한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말자.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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