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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라이어 |
내가 오랜 세월 인터넷을 하면서 봤던 리플 중 가장 우스꽝스러운 것이 바로 이것이다. 라캉 논쟁이 일단락된 이후에도 아이추판다님은 틈틈이 관련된 주제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는데, 그러자 어떤 익명의 악플러가 나타나 '라캉도 과학자에게 인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마고 나섰다.
그 악플러는 구글 검색을 통해 Medline이라는 '저널'에서 Chessick이라는 사람의 논문을 발견해내고, 라캉이 심리학과에서 과학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삼았다. 아마 그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그래, 그럼 그렇지!"라고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을까. 헌데 이후 논쟁이 이렇게 진행되었다. 아이추판다님은 "생의학/보건 저널인 Medline"(Null Model, 2008년 11월 17일)이라는 포스트를 통해, Medline은 저널의 이름이 아니라 논문 DB의 이름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후 진행된 리플 주고받기를 통해, Chessick이라는 학자의 그 논문이 인용된 횟수는 0이며, 그의 논문 또한 많아봐야 고작 9회 인용되었고, 그 중 4회는 자기 논문을 스스로 인용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뽀록이 났다. 그 글에 달린 리플은 이런 식이었다. Commented by 만담가 at 2008/11/17 19:25 [삭제] [답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다가, 혹은 그것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죽치고 있다가, 발견하면 "역시, 그럼 그렇지!"라고 환호하는 것은 이렇듯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나는 이글루스의 '쿨게이' 내지는 '회의주의자'들이 대체 왜 이렇게까지 삐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용산 사태에 대해 어떤 '증거'를 대단히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독립신문에 뜬 기사를 보고 "그래, 그럼 그렇지!"라며 우르르 달려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독립신문이 한국 언론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바로 위 논쟁에 등장하는 Chessick의 논문이 심리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그게 그거다. 특히 '이공계'이신 모기불님은 거의 모든 한국 언론의 credibility를 기준치 이하로 간주한다고 알고 있는데, 독립신문의 credibility는 그것보다 더 낮으면 낮지 결코 높지 않다. 강조하지만 나는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새삼스럽게 공개한 '팩트'의 진위를 논하고 있는 게 아니다. 독립신문에서 보여준 계약서가 진짜냐 아니냐, 뭐 이런 논의도 할 생각이 없다. 매사 '안 믿는다, 남의 말을 믿지 말자'고 표어를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독립신문의 기사를 보고 환호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따름이다. '따봉' 광고가 생각나는 밤이다. 덧. 용산 사태에 대해 '팩트' 좋아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좋은 구경꾼'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내가 지난번에 쓴 "구경꾼의 구성"(2009년 1월 30일)의 핵심 내용이었다. 경향신문에 나오는 기사는 안 믿고, 독립신문에 나오는 기사는 믿는 사람들과 함께 철거민들의 보상금 액수의 적정 수준에 대해 이성적인 토론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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